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김진호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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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詩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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