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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얼굴
운영자 2017-09-24 추천 0 댓글 0 조회 313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3초 만에 정해진다고 하는데,

대체로 외모겠지만 내 경우에는 목소리의 비중이 크다.

<중략>

외모도 목소리도 타고 난 것인데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다니,

불공평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글쎄, 똑같은 피아노라도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과 흡사하지 않을까?

건반을 누리는 힘의 강약, 음을 선택하고 누르는 방식, 음과 음 사이의 공간,

거리, 여백, 여운, 무엇보다도 연주자의 마음이다. 음악을 통해 우리가 듣는 건.

 

외모도 그렇다. 어떤 눈빛으로 어디를 응시하는지,

다정한 말을 하는 입인지 투덜거리는 입인지.

주름이 생길까 봐 잘 웃지 않는 눈인지,

소소한 것에도 기뻐하며 활짝 웃는 눈인 지,

기울이는 귀인지 닫힌 귀인지,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놀랍게도)3초 만에 닥쳐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둥근 얼굴에 쌍까풀이 없고 작고 쳐진 눈을 좋아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게 되진 않는다.

속된 말로 얼굴 밝힌다는 이 야기를 종종 듣는 편이지만

그래서 뭐? 라는 심정이다.

나에게 얼굴이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니까,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고

설사 헤어졌어도 '나쁜 사람' 없었다.

이기심, 경멸, 자기도취, 시니컬함, 이런 것들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선함, 부드러움. 따뜻한, 다정함, 배려심, 긍정적인 마음.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얼굴은 빛이 없는 공간에서도 스스로 빛을 낸다.

그 환함이 나를 밝혀주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

-황경신의 한 뼘 노트 생각이 나서 아름다운 얼굴’-

 

 

지난 주, 실력 있는 목사이며 교수인 동료와 식사를 하며 물어 보았습니다.

언제까지 연구만 하십니까? 세계 속에 많이 전해야지요.”

아뇨, 이제 빨리 은퇴하고 싶습니다.”

60대 초반인 동료 목사님의 순간 얼굴에 스쳐가는 표정 속에,

평소 날카로운 눈빛의 이유인 지쳐버린 삶의 실타래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생각해 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일까?

10년이 지나도 처음 3초 동안 보았던 첫 눈빛, 그 얼굴, 그대로를 대하며,

이곳 10년 동안의 사람들과의 지척임 속에,

 

깊게 패인 내 주름에는 어떤 색깔이 들어 있을까?

 

지금, 3초 동안의 나는 어떻게 반추될까?

조금은 버겁게 고단함이 밀려오는 저녁입니다.

주께만 소망을 둡니다.(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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